미라클 칼럼

2026년 5월 10일

우연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

백동진 목사

살다 보면 우리는 계획하거나 약속하지 않은 “우연”을 경험합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히 오랜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우연히 길을 잘못 들었다가 들어간 식당에서 맛집을 찾아내기도 하고, 우연히 보게 된 명언 한 문장에 선택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어떤 우연은 기억에 남지도 않는 해프닝으로 지나가지만, 어떤 우연은 우리의 인생을 바꾸는 시작점이 되기도 합니다.

성경 룻기 2장 3절을 보면 “우연히”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베들레헴으로 돌아온 룻이 이삭을 줍기 위해 사람들을 따라 밭에 갔는데 그 밭이 “우연히 보아스의 밭”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연처럼 보였던 이 사건이 결국 다윗의 가문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예수님의 계보까지 연결이 됩니다. 룻기에 나오는 “우연히”라는 단어(히브리어로 미크레)가 전도서 9:11에서는 “시기와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임한다”라는 말씀 중에 “기회”라는 단어로 동일하게 쓰였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우연을 성경은 “기회”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 말씀에서 볼 수 있듯이 어쩌면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 우연은 하나님의 숨겨두신 보이지 않는 은혜의 순간입니다. 드러나지 않고 은밀하게 여전히 일하고 계신 하나님의 모습입니다. 한 책에서 “우연은 익명으로 남으시려는 하나님의 방식”이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하나님은 거창한 기적만으로 일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평범한 하루 속 작은 일상과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우연을 통해 일하십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마주치는 수많은 우연이 바로 우리에게 기적의 순간입니다.

살다 보면, 지나고 나서야 이해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아! 그때 그래서 이 사람을 만나게 하셨구나,” “그래서 그 시간을 기다리게 하셨구나.” 그저 우연 같았지만, 돌아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끌고 계셨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를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봄이 되어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을 바라보는 순간도, 스쳐 지나가는 만남도, 예상과 다르게 지나간 하루도 어쩌면 우리 주변에 남겨두신 하나님의 흔적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큰 기적과 눈에 띄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하지만, 삶이 나의 계획대로 혹은 특별하게 흘러갈 필요는 없습니다. 일상 속 작은 “우연” 가운데서 조용히, 잠잠히 일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하나님과 동행하며 살아가는 신앙의 기쁨인 것 같습니다.